▲ 지난 29일 열린 천연물 의약품 벤조피렌 저감화 대책 간담회 모습. 한 참석자가 질문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되어 유통되는 천연물의약품의 대부분은 애엽(쑥)과 은행잎, 담쟁이 등을 주원료로 한다.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에탄올을 이용해 농축하고 다시 가루로 만드는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발생한다. 그래서 벤조피렌은 천연물 의약품의 개발과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벤조피렌 저감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관련 대책을 발표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식약처는 지난 29일 서울 LW컨벤션 그랜드볼룸에서 15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에 ‘천연물의약품 벤조피렌 안전성 검토 강화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조치방안을 공개했다.

천연물의약품의 유해물질 관련된 지적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관계기관에서 나온 바 있다. 감사원은 2015년 2월부터 3월까지 관련감사를 벌여 “2013년 동아ST 스티렌정의 벤조피렌 검출 사건과 관련해 위해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저감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같은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지적사항이 나왔음에도 아직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강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

2013년 동아ST의 천연물신약인 ‘스티렌정’은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급여제한조치를 받고 처방액 일부를 환수당하기도 했다. 동아ST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1심에서 승소하고 최근 2심에서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여 119억원 환수조치에 합의했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천연물의약품 유해물질 관리방안을 마련해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유해물질 관리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세웠으며 ‘스티렌정’의 주요 성분이기도 한 ‘애엽추출물’과 ‘아이비엽에탄올엑스’ 등 15개 원료의약품을 원료의약품 등록(DMF) 단계부터 벤조피렌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겠는 계획이다.

완제의약품 최대복용량 기준으로 벤조피렌 노출안전역(MOE) 평가를 통해 등록여부가 결정된다. 식약처가 제시하고 있는 노출안전역(MOE, 매일 평생 복용 시 노출량)기준은 10의 6승 미만이다. 10의 6승 미만에서 10의 4승 이상은 완제의약품은 저감화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공지를 통해 저감화를 유도하고 10의 4승 미만인 완제품은 잠정 시판 중지 등 강력한 조치가 시행된다.

원료의약품의 MOE 기준 10의 4승 미만인 제품은 DMF 등록부터 불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천연물의약품 벤조피렌 저감화 협의체’의 자문을 실시할 수 있다.

한약정책과 박기숙 과장은 “그동안 완제의약품을 중심으로 벤조피렌을 관리해왔고, 최종 완제의약품의 벤조피렌을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벤조피렌 안전성 강화를 위해 생산수입실적이 많은 품목부터 우선적으로 DMF와 연동시키기로 했으며 DMF 지정이 의무화되는 2018년 전까지는 우선적으로 원료의약품의 벤조피렌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