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실과 서바릭스의 최종 가격차이는 1420원이었다. 정부에서 양 제약사의 입장 차이가 불거지면서 양 제약사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듯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게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일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가다실과 서바릭스 구매계약요청에 대한 물품입찰을 공고했다. 한국MSD의 4가 백신 ‘가다실’은 도즈당 5만8580원, GSK의 2가 백신 ‘서바릭스’는 도즈당 5만7160원이었다.

납품기한은 오는 26일 12시에 마감된다. 나라장터 사전규격공개를 통해 확인된 예정가격은 4가 백신인 ‘가다실’의 배정예산액은 140억 5920만원이며 구매예정개수는 24만개다. 2가 백신인 ‘서바릭스’의 배정예산액은 34억 2960만원이며 구매예정개수는 6만개다.

일단 한숨 돌린 ‘서바릭스’, ‘가다실’은 아쉬워

업계에서 평가하는 전반적인 분석은 우선 ‘가다실’의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분석과 함께 ‘서바릭스’는 높게 나왔다는 의견이 교차했다. 가격 이원화가 결정됐을 당시 생식기사마귀 예방 추가 혈청을 가진 4가 백신인 ‘가다실’의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다실이 현재도 대략 7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NIP에 해당되지 않는 13세 이상 학생이나 성인 여성 대상 접종도 가다실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질본측이 지난해 NIP 사업을 위해 세운 예산안에 따르면 당초 일원화를 염두에 두고 백신 1개당 단가로 추산한 가격은 5만 9610원이었다. 이 가격은 2개 백신의 평균 시중 유통가격에 76%를 적용하고 각각 시장점유율을 가중평균한 수치다. 현재 시장내에서 확인되고 있는 ‘가다실’의 유통가격은 8만원 중반에서 후반 사이다. 반면 ‘서바릭스’의 유통가격은 6만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 차이가 예상보다 크지 않게 나오면서 ‘서바릭스’로서는 일단 큰 한숨은 돌리게 됐다.

다만 질본에서 구매도즈수를 ‘서바릭스’는 6만 도즈, ‘가다실’은 24만 도즈로 정한 것으로 보면 반드시 ‘서바릭스’에 유리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 질본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를 고려해 양 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매우 노력한 듯하다”며 “가격에서는 서바릭스가 유리할지라도 구매량에서 4배에 해당하는 24만도즈를 배정한 것은 가다실의 시장 점유율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약사들이 거두는 수익면에서는 양 사 모두 만족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사업 시행 첫해이고 접종 대상인원이 30만명이라고 하나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24만도즈가 모두 사용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30만 도즈면 1인 2회 접종을 감안해 15만명 분량인데 MSD측에게 이득이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 제값받기’ 명분은 놓친 질본

양 제약사들이 표면적으로는 일단 합의한 모양새이지만 ‘신약 제값받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좋은 결과는 아니라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서바릭스는 전반적으로 가격 방어에 성공했다고 해도 평균 가격에서 30%이상 덜어낸 가격으로 NIP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지 않는 선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가 공공사업이고 연간 30만명 이상에게 접종되는 백신이어서 제약사들에게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평균 20%~30% 이상의 가격 하락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문제는 두 백신의 가격 하락폭이 달랐다는 점이다. 두 백신의 가격 하락폭이 동일하지 않아 한쪽 제약사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R&D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정부의 바이오헬스 7대 강국 육성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의 밑바탕에는 모두 투자한만큼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이를 위해 제약협회와 업계 대표단이 현실적인 약가개선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데 일방적인 제약사의 희생이 있다는 좋지 않는 선례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도 “SK케미칼을 비롯해 여러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에서 인정하는 백신가격이 제약사들의 희생 위에 책정된다고 하면 그들의 개발의지는 꺾이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