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초부터 관련 소문이 무성했다는 평이다.

김 전 처장은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다. 2008년 여성으로는 처음 식약청 국장에 올랐고 2009년 국립독성과학원장을 맡아 식약청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일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청 생물의약품국장, 국립독성과학원장을 역임한 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초대원장을 맡았다. 식약처장은 지난해 4월 정승 전 청장의 뒤를 이어 맡았다. 보건 분야 여성 공무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자리는 모두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부문과 선정원칙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창조경제, 외교, 안보, 통일, 안전, 보건복지,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기술 등 각 직능별 전문가 중 국가개혁과제 수행 적임자 ▲청년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당면과제를 해결할 창의적 지도자 ▲한계를 극복한 인간 승리자 등 국민감동 지도자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정체성을 확고히 할 지도자 ▲청년 지도자 등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 등 5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중 김승희 처장은 ‘보건복지 전문가’이면서 ‘여성’이라는 강점이 있고 공직사회를 잘 알고 있다는 강점까지 더해진다. 게다가 김승희 처장이 임기 1년도 채우지 않는 상태에서 사표를 낸 데에는 정치권과 충분한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순번이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의 의석수는 모두 47석.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27석의 의석을 확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1석이었다. 이번 선거구 개편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는 6석이 줄어들어 47석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40% 가량이다. 단순 계산하면 새누리당은 비례대표에서 47석 중 18석을 차지할 수 있고 변수를 감안하면 15~16번 비례대표가 당선안정권이라는 분석이다.

김승희 처장의 경쟁자들도 언급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노리는 약사 인사 대략 6명으로 전해진다. 김순례 대한약사회 부회장, 강민경 대한약사회 대외협력본부장, 윤수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본부장 등이 언급된다. 아울러 서정숙 한국여약사회장, 박명희 경기도약사회 감사, 이민재 대한약사회 미래전략본부장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성 약사들도 많아 경쟁이 치열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여성 공직자들에 대한 애정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도 중요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지난해 잇따른 제약산업의 쾌거 속에 박 대통령은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직접 챙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승희 처장과 깊은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승희 처장의 뒤를 이을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처장 대행 형태로 업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