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의 혁신적인 만성 C형 간염 치료제인 ‘소발디’와 ‘하보니’가 국내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성 간염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불치병’으로 인식됐었다.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전염성 간질환이다. 대개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는 특징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C형 간염은 만성 바이러스간염을 일으키는 두번째로 흔한 원인으로 연령 증가에 따라 간경변증 및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만성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 하보니의 아시아 3개국 임상연구 및 리얼월드 데이터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자료는 지난 11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 66차 미국간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길리어드는 한국 129명, 대만 87명, 일본 153명 등 3개국 환자를 대상으로 소발디와 리바비린을 병행해 12주간 치료한 결과 평균 98%의 높은 치료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보니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는 한국 93명, 대만 83명, 일본 171명이 참여했고 12주간 하보니로 단독치료한 결과 평균 99%의 치료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임영석 교수는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된 DAA 제제들의 도입으로 이제 인터페론을 사용하지 않고도 90% 이상의 치료율 달성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 소발디 1알에 100만 원 이상?

이처럼 뛰어난 약효를 보이는 C형 간염 치료제임에도 국내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무엇보다 소발디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길리어드는 소발디의 가격 책정이 하보니의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길리어드 측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미국 론 와이든 상원의원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소발디 한 알에 1000달러, 전체 치료과정에 8만4000달러라는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하보니 또한 비슷한 목적으로 가격이 부풀려졌다고 비판했다. 소발디, 하보니의 높은 가격을 미국에서도 문제 삼았던 것.

국내에서는 소발디에 이어 지난 10월 하보니도 허가를 받았고 현재 보험급여 항목 선정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소발디의 가격을 놓고 일각에서 3000~4000만원대의 가격이 결정됐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으며 보험급여 승인 가능성과 시기에 대해서도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전체 치료과정을 최대 24주로 설정해도 약제비만 3000만 원 이상이라면 극히 소수의 환자들만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난 8월 한국BMS가 C형 간염 치료제로 내세운 ‘다클린자’, ‘순베프라’의 급여등재를 마치며 파격적인 가격인 863만원을 적용한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BMS의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병용요법은 인터페론 및 리바비린 없는 국내 최초의 C형간염 경구용 DAA(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항바이러스제) 치료 요법이다. 보험약가는 다클린자 60mg에 4만1114원, 순베프라캡슐 100mg에 5154원으로 결정됐다. 치료기간 24주를 감안할 때 총 소요되는 약제비는 다클린자 1일 1회, 순베프라 1일 2회 요법으로 863만8896원이다. 환자 부담금은 259만원이다.

이 가격은 다클린자 이전의 기존 치료제였던 인터페론 및 리바비린의 가격보다 낮은 것이다. 기존 치료제의 약제비 규모는 약 785만원이었으며 종합병원 원내처방 기준의 환자 본인 부담금은 약 392만원. 가격은 기존 치료제보다 낮으면서 치료율과 부작용을 줄인 이 약의 급여화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길리어드 측은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험급여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