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병원장 오병희)의 ‘비상경영체계’가 환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용절감을 위해 환자 치료재료를 값싼 것으로 바꾸어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의사들에게는 환자 검사를 5% 늘리라고 지시하는 등 잘못된 경영의 책임을 환자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 철회 및 정상경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체계가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병원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련의 사태를 폭로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은 병원 비정규직화를 늘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국립대병원”이라고 규정하고 “아픈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소아 아동병원 식사를 외주 하청에 맡기고, 교수성과급을 도입해 의사들이 돈벌이 진료하도록 조정, 선택진료비의 대부분은 교수의사성과급으로 지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성과급은 비상경영체계를 만든 ‘미래전략본부’ 소속의 핵심 교수들을 위한 것으로 성과급을 더 받기 위해 3.4개의 수술방을 동시에 열고, 교수가 4방을 같이 수술하고 있는 것이 지금 서울대병원의 끔찍한 현실”이라며 “성과급을 위한 의사들의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환자보기에 병원노동자들은 덩달아 쉴 틈이 없어 안전사고가 더 많이 노출되고, 이러한 과잉노동은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또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10% 비용절감을 요구하였고 이는 저질 의료재료의 도입으로 직결됐다”면서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주사기가 저질로 바뀌어 주사기 밀대가 주사기 뒤로 쉽게 빠져 채혈이나 약물 주입에 문제가 생기고, 수액세트 바늘의 연결부위가 헐거워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액도관이 바뀌어 공기방울이 차기도하고, 수액 양을 조절하는 레귤레이터가 바뀌어 레귤레이터로 항암제가 새는 일까지 발생했으며 심지어 환자 기도에서 가래 등을 제거하는 흡인 카테터가 값싼 의료기기로 바뀌면서(330원->295원) 카테터 끝부분에 잔여물이 붙어있는 채로 공급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립대병원의 역할 중 하나는 한국 의료사회의 표준진료, 적정진료의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며 국가중앙병원임을 스스로 강조하는 서울대병원의 역할이 표준 진료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그러나 지금 서울대병원은 오히려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른바 빅 5병원의 비상경영체제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은 기업이 아니며 병원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액을 늘린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되거나 적정진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을 중단하고 정상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