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제약사들가 본업인 신약개발 대신 음료와 화장품 등의 시장 진출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제약사 지원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제약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동제약과 일동제약, 국제약품 등 매출액 규모로 상위제약사에 속하는 업체들이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녹십자 등 빅3 제약사가 매출액 대비 R&D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린 것과 매우 대비된다.

일동제약은 최근 비타민음료 ‘아로골드D’, ‘아로골드D플러스’, 프로바이오틱스발효음료 ‘그녀는프로다’ 등 3종의 음료를 출시했다. 일동제약은 음료부문 매출목표를 200억원으로 설정하고 향후 3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동제약의 매출액이 4764억원이었던 점을 비춰볼 때 매출액 1000억원은 전체 매출액의 17%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일동제약은 음료사업 뿐 아니라 독일 프루이덴베르그의 청소용품 브랜드 바이레다에 대한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하는 등 생활용품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다. 바이레다는 부직포 대걸레, 스팀청소기, 로봇청소기 등을 보유하고 있는 청소용품 전문 브랜드다.

이에 반해 일동제약의 지난 1분기 R&D 투자액은 전체 매출액(1229억원)의 6%에 불과한 79억원이었다. 이마저도 지난해 1분기 58억원에 비해 늘어난 규모지만 여전히 제약사들이 R&D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7위인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액의 70%인 4072억원이 생수와 음료 부문에서 발생할 정도다. 제약부문은 1651억원에 그치고 있다.

광동제약의 더 큰 문제는 R&D 투자 규모다. 광동제약은 올해 1분기에 136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R&D 투자액은 매출의 1%도 되지 않는 12억원 뿐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18억여원에서 줄어든 수치다.

광동제약은 이미 제약사 본업의 임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받은 것은 아니다. 광동제약은 국내 상위 제약사들이 최소 1개 이상 갖고 있는 퇴장방지의약품이 단 1개도 없는 제약사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규제 일변도였던 정책기조를 바꿔 제약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정부 정책지원에 걸맞는 노력을 제약업계도 해야 한다”며 “지금의 훈풍을 계기 삼아 신약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