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약개발을 주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구축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첨복재단)이 제약사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중견제약사들의 잇따른 입주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첨복재단에 입주하는 첫 제약사로 기록된 한림제약이 연구소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첨복재단 렌탈랩에 입주한 기업은 있지만 부지를 사고 연구소를 짓는 제약회사는 한림제약이 최초다.

한림제약에 이어 동성제약도 신약개발연구소를 개설한다. 지난 2014년 12월 첨복재단과 연구소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은 동성제약은 외부인사 영입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3월에 제2연구소를 준공할 예정이다. 첨복재단에 따르면 제2연구소에서는 동성제약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광역학 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광역학 치료는 PDT(Photodynamic Therapy)라고도 불리며 빛을 이용해 암 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광과민제를 정맥에 주사하면 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이 되는데 이 광과민제가 종양조직에 달라붙은 후 이를 적정 파장의 레이저광으로 조사해 광과민제가 빛을 받아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세포괴사를 통해 암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아직 연구소 착공을 위해 구체적인 장소와 규모에 대해 논의중인 가운데 동성제약의 구상대로라면 연구소 면적은 20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첨복재단 입주기업 현황.

동성제약은 현재 광역학 치료에 사용되는 광과민제 ‘포토론’을 연구개발중이며 첨복재단과 광역학치료 분야에 대해 공동연구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동성제약은 지난 2월부터 첨복재단 내 신약개발지원센터 렌탈연구소에 입주해 일부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며 제2연구소가 준공되면 공동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림제약과 동성제약 이외에도 대우제약과 한국파마가 이미 입주를 확정하고 연구소 건립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첨복재단 홍보팀 관계자는 “입주가 확정된 제약사 이외에 입주문의를 하고 있는 곳이 아직도 많다”며 “협의가 완료되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약사 R&D 위한 정부지원정책 한곳에 모여
부지매입·연구소 건립비 등 중견제약사엔 부담

다만 일각에서는 첨복재단의 우수한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중소규모 제약사들이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딜레마를 지적하고 있다. 상위제약사들은 R&D에 치중하면서 대규모 연구소를 가지고 있고 첨복재단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중견제약사들은 부지매입과 연구소 건립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정부에서 당초에 낮은 부지 가격과 건립비용, 세제혜택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이 선뜻 나설 수 있을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수도권과 먼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것도 인력파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첨복재단은 신약과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조성한 첨단 의료산업 클러스터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 핵심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약개발지원센터는 특히 종양, 당뇨대사, 뇌신경질환 등 3대 질환의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특히 취약한 부분인 후보물질 개발에 주력해 신약 초기물질 개발단계 진입을 지원한다. 특히 신약개발을 하고 있어도 환경이 허락지 않는 기관들에게 인력과 연구비용, 장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 덕분에 국내 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들도 일부 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첨복재단의 설립목적이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지원에 있어 쉽사리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첨복재단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함에도 아직 홍보가 부족해 더 많은 제약사들이 입주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공동연구 등을 수행할 예정인데 중소규모 제약사 뿐만 아니라 상위 거대 제약사들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