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까지 유예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폐여부를 놓고 6일 오전 진행된 공개 토론회는 정부와 업계의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 주최로 진행된 이날 '시장형실거래가 제도 토론회'는 벼랑 끝에 내몰린 제약업계의 어려운 현 상황을 반영하듯 업계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업계 대표로 참석한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과 박정관 한국의약품도매협회 이사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는 제약산업을 붕괴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인 만큼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력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 측 참가자인 신봉춘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과 김선동 심평원 약제기획부장은 제도의 순기능을 거듭 강조하며 재시행 의지를 보여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업계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입찰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종합병원과 비입찰시장을 대표하는 동네의원·동네약국 간 약가 괴리 발생으로 동일한 조제약에 대한 약가차이 발생으로 보험약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종합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합법화에 불과할 뿐 약가인하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품이 많은 제네릭의 경우 공급가 하락이 예상되는 반면 오리지날 품목의 경우 저가로 공급할 이유가 없어 외자사 배불리기 및 토종제약사의 경쟁력 약화로 제약산업 붕괴가 우려된다”며 “시장 교란과 불법리베이트 합법화에 불과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강력 주장했다.

한국의약품도매협회 박정관 이사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대형 요양기관에 혜택이 집중되고, 의원이나 약국은 미미하여 수익이 대형 요양기관으로 집중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뿐만 아니라, 국민입장에서도 대형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일수록 환원되는 본인 부담금 경감액 비율이 높아, 대형 요양기관의 환자 쏠림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요양기관은 인센티브를 더 지급받기 위해 의약품의 처방자체를 필요 이상으로 증대할 우려가 있어 국민 건강의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약가인하에 따른 국민의 약제비 부담 경감이라는 도입목적 실익을 상실하였고, 정부정책의 일관성 및 형평성 측면, 유통과정상 거래질서 문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제약산업 붕괴 및 국민 건강의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도 폐지에 적극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동 약제기획부장은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유통거래에 미친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며 제도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김선동 부장은 “요양기관에서 약제 급여비용 청구 시 요양기관의 구입약가를 확인, 적정 약가를 지급하는데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를 통해 올바른 구입약가 산정 시스템이 정착되었으며, 이를 통한 성실한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유도했다”면서 “저가 구매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실제거래 가격으로 거래되는 시스템이 마련됨으로써 유통거래 투명성 확보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1원 낙찰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부추기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시장형실거래가 운영기간인 16개월 동안 1원 낙찰 품목수는 2759품목으로, 유예기간 이후 16개월간 2903품목과 거의 차이가 없다”면서 “1원 낙찰이 시장형실거래가 제도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우려에 대해 “병원급 이상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의원급은 외래 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약가차액이 있더라도 환자가 병원급 이상으로 쏠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2010년 6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장형실거래가 운영기간 동안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신봉춘 사무관도 "제도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약가인하에 따른 재정절감 효과가 확실히 보였고, 경쟁입찰 활성화로 공정경쟁에도 기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시장형 실거래가제에서 발생하는 인센티브는 건강보험에서 추가로 지급되는 금액이 아니기에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베이트는 제약사나 도매업체가 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것으로, 시장형 실거래가제에서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것이기에 리베이트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병원이 갑의 위치를 이용해 1원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결국 1원 낙찰은 공급업자들의 과당 경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의 어려움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각 전문가들의 입장과 업계의 의견을 수렴, 제약산업 발전과 건보재정 안정화 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