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액보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훨씬 많아 건보재정에 오히려 손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성주 의원(민주당)은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16개월동안 보험상한가 기준 약품비 총액, 실제 약품비 청구액, 인센티브 지급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최대 160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1일 밝혔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는 병원가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건강보험 기준(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그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행된 후 2012년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및 약가 일괄인하 정책 이후 현재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심평원이 제출한 최신 약품비 현황을 근거로 계산한 약가인하에 따른 건보재정 절감액은 최소 738억원에서 최대 1,878억원이지만 병원에 지급한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이보다 훨씬 큰 2,339억원으로, 결국 건강보험 재정은 최소 464억원 최대 1,601억원 손실이 더 컸다.

또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에 참여한 요양기관도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기간 동안 약품비를 청구한 기관은 총 7,768곳으로 약품비를 청구한 요양기관 6만9,106개의 1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각각 95%, 88%인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8%, 약국은 9%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요양기관에 지급된 인센티브 대부분은 대형병원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시행 16개월 동안 지급된 저가구매 인센티브는 총 2,339억원, 그 중 91.7%인 2,143억원이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쏠렸다. 반면 병원은 6.4%, 의원 1.7%, 약국은 0.17%에 불과했다.

김성주 의원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의약품 유통 투명화 및 국민 약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소 400억원, 최대 16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의 국민 건강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통한 의약품 청구는 전체 청구액의 27%에 불과하고, 나머지 73%의 의약품 유통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어 의약품 유통 투명성 제고 효과도 미미하며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대형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더 많은 국민들은 약품비 경감 혜택을 보지 못하는 등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부 병원은 받은 인센티브로 건물을 신축하는 등 병원들은 추가 수익 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어 정부가 주는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오히려 합법적 리베이트로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복지부는 의약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국회에서의 법제화 과정을 거쳐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