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면내시경 검사 후 회복과정에서 환자 보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는 병원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등법원(재판장 김용석)은 최근, 환자가 수면내시경 후 회복 중 병원화장실에서 넘어져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 대해 ‘병원의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뒤엎고 병원에 환자 보호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09년 7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A씨(남, 당시 만 54세)는 최면진정제인 미다졸람을 투여한 후 대장 수면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고 용종을 제거한 후 검사를 종료, 회복실로 이동했다.

회복실 이동 후 30분이 지나 A씨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혼자 화장실에 들어갔으나 화장실내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심각한 외상성 뇌손상을 받아 식물인간상태가 되었다.

건보공단은 ‘병원의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구 건강보험법 제53조에 의거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서울북부지방법원 1심 판결은 “A씨가 회복실 퇴실요건을 모두 갖춘 만큼, 병원 측에게 A씨가 용변을 볼 동안 밖에서 대기하다가 A씨가 나오는 즉시 A를 부축하여야 할 정도의 환자보호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 환자와 공단의 청구에 대해 모두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은 “A씨는 회복실에서 막 나온 상태였고, 제대로 화장실을 찾아가지 못하는 등 수면내시경 검사와 관련한 진정상태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아니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었으므로 병원은 남자 간호사나 직원 등의 인력으로 A씨가 화장실 변기에 착석할 때까지 보조를 하고 A씨가 용변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에도 A씨를 보조하여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했다"며 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고 회복 중에 있는 환자에 대한 보호의무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수면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후 환자의 회복과정에서 환자에 대한 보호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손해배상책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